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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은행 손발 묶고 외국계 은행 훨훨

 

한겨레신문 1999. 2. 25.

 

싼 자금과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 은행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국내은행들이 각종 역차별에 묶여 불리함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은행시장은 제일서울은행이 외국에 매각되고, 11개 지점으로 짭짤한영업을 해 온 시티은행이 지점을 5060개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토종과 외국계의 본격 경쟁시대에 들어갔다. 국내은행들은 외국계에 맞서 수익원 다변화 마케팅 차별화 여신기법 선진화 등 전투력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외 국계에는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이 구조조정 뒤에도 사라지지 않아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경영의 기초인 여수신 금리를 국내은행은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한다. 은행은 나름대로의 경영계획 아래 금리를 운용하지만 대통령까지 수시로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당연한 듯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에는 당국이 이런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데다 들어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티은행 하영구 대표(소비자금융) 같은 이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한다며 정부를 공박하고 있다. 고객정서라는 보이지 않는 규제도 은행을 괴롭힌다. 외국의 은행들은 예대마진보다 수수료 수입비중이 높지만 국내은행은 원가도 안 나오는 수수료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내 시티은행이나 홍콩은행처럼 기여도를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해 금리, 수수료, 서비스에서 차등을 두는 게 시급하지만 망설이고 있다.

 

고객들이 은행원의 서비스를 무료 공공서비스로 보는 데다,사람 차별 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누구도 고양이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는다. 정책적 규제도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채권 회수를 유예하거나 출자전환 해줘야 하는 기업구조조정 협약에는 국내금융사 210개만 가입해 있어 외국계는 아랑곳없이 채권을 회수한다. 또 시중은행은 대출금 증가액의 45%, 지방은행은 60%를 중소기업에 대출해야 하지만 외국계 은행은 35%(한은 돈 안 쓰는 곳은 25%)만 하면 된다.

 

이와 함께 외국계와 중산층 이상 고객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어야 하는 하나신한한미은행은 제일서울은행 매각 조건이 불리하게 돼 있어 걱정이 많다. 부실을 12년간 정부가 떠안아 주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 부담이 거의 없는 이들이 마음 놓고 대출세일에 나서면 고급 고객을 상당수 빼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려대 박경서 교수(경영학)엄청난 손해를 보며 제일서울을 외국계에 넘긴 것은 자극을 줘 국내은행의 선진화를 이끌어내자는 뜻이라며 그러자면 정부부터 국제기준을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