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보증의 덫 피해 가는 묘안 FIVE
이코노미스트 1999. 2. 24.
보증의 덫에서 벗어나는 묘안은 없나. 실질적인 실효성에 다소간의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방법은 있다.
첫째, 연대보증인이 주채무자에게 구상권(求償權) 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상권이란 주채무자의 채무를 연대보증인이 대신 상환했을 경우, 나중에 연대보증인이 주채무자에게 상환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구상권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주채무자의 재산이나 신용상태에 대한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주채무자가 대출이자를 일정기간 연체할 때에는 은행에서 보증인에게 연체내용을 통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좋다.
이자를 자주 연체할 경우에는 주채무자의 재산과 신용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주채무자의 재산상태를 조사해 구상권의 행사가 가능할 정도로 재산이 남아 있다고 판단되면 주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것을 요구하거나 보증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을 것을 통보해야 한다. 그 후 주채무자가 결국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채무를 대신 상환한 후 즉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채무자에게 재산이 별로 없더라도, 채무자가 직장을 다니는 경우라면, 월급이나 퇴직금에 대한 압류를 통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 기업체 임원으로 있다가 퇴직한 경우에는 은행에 가서 보증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원은 회사의 부채에 대해 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증을 선 것이 확인되면 은행에 퇴직사실을 내용증명 같은 서면으로 통보해 줘야 퇴직 이후에 발생하는 보증책임을 면할 수 있다.
셋째, 보증을 서준 기억이 없는데도 은행으로부터 보증책임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보증서류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친척이나 친구가 본인의 허락 없이 일방적으로 보증서류를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본인의 확인 없는 보증은 무효라는 대법원판결이 있어, 보증책임을 면할 수가 있을 것이다.
넷째, 보증채무가 워낙 커서 현재의 재산으로는 물론 앞으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소비자파산을 이용해 채무를 면제하는 방법이 있다. 소비자파산이란 파산선고와 동시에 면책을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면책결정 없이 파산선고만 받는다면 별 실익이 없다. 보증을 선 사람이 자기 재산으로 다 갚지 못한 빚을 파산선고 이후에 버는 돈으로 갚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책결정이 내려지면 현재의 재산으로 갚고 남은 채무에 대해서는 면제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사법상의 불이익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다. 면책신청을 해도 다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빚을 지거나, 빚으로 얻은 돈을 사치하는데 썼거나 하는 식의 ‘불성실과 악의’가 있을 경우에는 면책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보증으로 인한 채무의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면책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섯째, 현재의 채무가 재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이들은 자식들에게 본인 사망 이후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일반상속이 돼 빚도 상속되기 때문이다. 만약 상속개시일 이후 민법에서 정한 기간 내(현재 상속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규정돼 있지만, 이 규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아 나중에 개정될 예정임)에 가정법원을 통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의사를 밝힌다면 재산과 빚이 모두 상속되지 않아 자녀들은 부모의 빚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런데도 빚이 많다는 사실이 자식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감추다가 본인의 빚이 자식에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자식을 위해 용기가 필요한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