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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얄팍하면 부부싸움 는다

 

동아일보 1999.2. 22. 

 

서울 성산동에 사는 주부 이종희 씨(35). 며칠 전 남편과 금전문제로 올 들어 처음 싸웠다. 남편이 친구에게 20만 원을 꾸어주고 함께 술을 마신 뒤 밤 12시경 귀가한 것. “돈을 받을 가능성은 없잖아요. 수입도 줄었는데, 솔직히 아까웠어요. 술 마시고 속 쓰리다고 하소연하는데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라고요.” 경제난은 부부싸움의 요인도 바꿔놓은 것일까. 각 상담단체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그렇다. 그러나 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부소장은 우리의 경우 금전문제가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는 누적된 갈등이 경제위기로 불거져 나오는 걸로 봐야 한다”라고 해석.

 

부부싸움은 돈싸움’?지난해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 조사에서 미국 기혼자 10명 중 7명이 금전문제 때문에 싸운다고 응답. 미국과 같이 독립채산제가 아닌 우리의 경우는?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94년 기혼자 1112명을 대상으로 부부싸움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일상생활문제(32.5%)가 돈문제(22.9%) 보다 많았다. 그러나 리서치 앤 리서치가 지난해 6월 주부 313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요인을 조사한 결과 경제문제가 37.1%1. 96년엔 겨우’ 4(5.4%)였다. 평소 스트레스와 갈등이 부부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상황이 부부싸움의 주원인으로 부각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경제불황금실활황’?일본 메이지생명보험이 지난해 일본부부 818쌍을 대상으로 경기침체가 부부의 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조사했더니 21%정이 두터워진다는 반응. ‘정이 약해진다’(4.9%) 보다 훨씬 많았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유경희사무국장은 우리의 경우 지난해 초에는 부부가 힘을 합해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자세를 보였으나 불황이 장기화하자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중산층 이상보다는 기층의 경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남편은 때리고 시댁은 애태우고〓한국여성의전화연합의 지난해 상담 통계에서는 전체 4만 6백 건 중 남편의 구타에 대한 하소연이 22.6%로 가장 많았다. 서울여성의전화 상담통계에서도 남편의 구타(26.9%) 및 시댁과의 갈등(11.29%)97(각각 23.9%, 5.0%)보다 늘었다. 그러나 주부 자신의 문제(3.5%)는 97년(5.3%) 보다 줄었다. 서울여성의전화 남지향간사는 “IMF시대에 돈을 벌어오라’ 거나 생활고에 대한 화풀이로 아내를 때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