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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3명중 1꼴 자리 바뀔 듯

 

조선일보 1999. 1. 26. 

 

한꺼번에 너무 바꾼다 / 일부 치안공백 걱정

경찰 사상 최대인 1만여 명의 승진사실이 알려진 25, 각 경찰서와 파출소는 축하 악수를 주고받는 경찰관들로 북적댔다. 9명 중 1명꼴로 승진하는 셈이어서 곳곳에서 축하인사가 오갔고, 특히 승진자가 많은 부서는 축하전화만으로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한 경찰관은 23년 뒤에나 승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승진해 기쁨이 더 컸다고 했다. 18년간 진급하지 못해 계급정년을 맞을 뻔한 서울 종로경찰서의 한 경사는 진급 통보를 받고 감격해 울먹이기까지 했다. 특히 파출소 근무자 승진폭이 예년의 23배여서 일선 경찰관들의 환호는 더 컸다. 하지만 승진 못한 동료, 승진이 확정되지 않아 초조해하는 간부를 옆에 둔 부서에선 기쁜 표정을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동교동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파출소장과 직원 2명이 함께 승진했지만, 나머지 사람 눈치 보느라 크게 웃지도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그러면서도 다음 달 내내 이어질 전보인사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앞으로 12년간 지방근무를 해야 하는 서울지역 경정-경감 승진자들은 가까운 경기도나 고향 부근으로 배치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상급자에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다시 귀경할 차례에 접어든 지방근무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경찰관 3명 중 1명인 3만 명 정도가 현 보직에서 다른 자리로 옮길 것으로 예상돼 일선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선 한꺼번에 이렇게 바꿔놓으면 경찰 조직의 안정과 전문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며 혼란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 경찰관은 『다음 달 총경-경무관 인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인사이동으로 인해 23개월 동안의 치안공백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폭적 물갈이 인사는 그간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경찰관들에 대한 신상필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온 데 따른 경찰 조직 바로잡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경찰관을 대거 승진시키는 식의 당근정책으로 경찰 조직을 끌어안으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