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119 엉뚱한 민원전화에 골머리
경향신문 1999. 1. 16.
『바퀴벌레 좀 잡아주세요』 『수험표가 집에 있는데 갖다 주세요』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가 주임무인 소방서가 각종 민원 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방․구조대원들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엉뚱한 민원」까지 119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15일 서울소방방재 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4백만여 건의 119 신고 중 3분의 1이 응급상황과는 무관한 민원성 전화였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병원이나 구청 같은 주요 기관의 전화번호나 위치를 묻는 전화. 지난해만 26만여 건이 접수돼 전년보다 3배가 늘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특히 자동차사고 때 보험사 전화번호를 묻거나 타이어 펑크 등 난처한 일이 생겼을 때 휴대폰으로 도와줄 것을 호소해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아예 보험사나 정비소의 전화번호를 전화기 옆에 적어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119를 「만능 해결사」로 보고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전체 신고건수의 25%를 차지한다.
「수도가 얼었다」 「차문을 열어달라」 「싸움이 났다」 「비디오가 나오지 않는데 수리법을 알려달라」등. 한 소방대원은 『죽고 싶다』는 한 실연한 20대 여성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30분 동안 전화통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응급상황을 가장해 도움을 받는 얌체족도 있다. 성동소방서 이재연 소방교(38)는 『사람이 죽어간다고 해 출동해 보니 「고장 난 창문을 고쳐달라」는 부탁이었다』며 『응급환자인 체 속여 구급차를 공짜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이성묵 소방령은 『개개인에겐 절박한 사정이겠지만 촌각을 다투는 인명구조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