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오락 판친 TV프로
동아일보 1998. 12. 31.
TV프로 중 가구시청률이 30%를 넘으면 초인기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TV 3사가 방영한 6백여 개 프로 중 이에 해당하는 프로는 12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30%대 시청률을 올리기란 어렵다. 문제는 초인기 프로의 압도적 다수가 드라마라는 데 있다. 1위 첫사랑부터 12위 ‘의가형제’에 이르기까지 친구나 옛 애인 찾기 프로인 TV는 사랑을 싣고(8위)를 제외하면 드라마 일색이다. ▼올해도 시청률 경쟁추세는 드라마 위주로 전개돼 왔다. ‘보고 또 보고’ ‘사랑과 성공’등 즐겨 봤던 드라마를 상기하면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비난받기보다 평가받을 만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청률 30% 이상의 초인기 프로그램이 드라마 오락 일색이라면 누가 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TV의 오락적 기능을 인정한다 해도 겹사돈의 결말이나 궁금하게 하고 10대의 눈을 어지럽히는 오락물, 연예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몰래카메라가 판치는 방송이라면 과연 정상일까. 국가가 부도난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프로나 이웃을 생각하는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전파를 위임받아 사용하는 공중파 방송들이 시청률 높은 프로에만 매달리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TV 3사가 ‘시청률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걱정은 대통령의 선정성 지적과 방송개혁 책임자의 ‘방송프로 불량식품론’에 뒤이어 나온 미봉책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연초에도 ‘건전 TV’를 표방했다 흐지부지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방송환경도 다매체시대에 접어든 만큼 공영답지 않은 프로는 과감히 다른 매체로 넘기고 새해에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