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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출신 전도단 도쿄서 복음전파

 

조선일보 1998. 12. 25.

 

건달들의 선행

도쿄 간다 JR(일본 철도) 오차노미스역 앞.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교차로 횡단보도 한쪽옆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있다. 검은 탱크톱(몸에 딱 달라붙는 소매 없는 런닝셔츠) 차림, 험악한 인상과 울퉁불퉁한 근육, 팔뚝과 어깨에 온통 새겨진 흉측한 문신들.(등에 날개는 없지만 [이래즈미(문신)]가 있는 천사들이 오늘 여러분에게 기쁨을 전하러 왔습니다.) 이들은 전직 야쿠자 단원으로 구성된 전도단 [미션 바라바] 회원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난 12월 중순부터 도쿄 도심을 돌며 퇴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쌀쌀한 겨울바람도 아랑곳없이 십자가를 어깨에 둘러멘 채 기타 반주에 맞춰 찬송가를 열창한다.

 

대표 스즈키 히로유키(43). 오사카 출신으로 상해사건을 일으켜 고교를 중퇴한 뒤 17세에 폭력단에 들어갔다. 다른 폭력단과 [나와바리(관할)] 싸움을 벌여 두 번 복역. 당시 주먹뿐 아니라 잘 나가는 노름꾼으로 간사이(오사카-교토 일대) 지방에서는 꽤 알려진 얼굴이었다. 그러나 9년 전 조직 분규로 동료들의 칼을 피해 가족을 버리고 도쿄로 도망쳤고, 곧 원인 불명의 병에 걸렸다.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 신음하다 찾은 곳이 신주쿠의 한 교회. 나의 눈에는 모두가 존귀하며,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는 성경 말씀이 그에게 새로운 삶의 문을 열어주었다.쾌락과 이기주의에 젖어 멋대로 살아온 인생이 존귀하다니…』 그는 번민 끝에 신학교 문을 두드렸고 목사가 됐다.미션 바라바는 스즈키가 비슷한 과거를 가진건달들을 규합해 작년에 결성한 단체다.바라바는 성서에 나오는 악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미션 바라바」 회원 8명은 최근이래즈미 크리스천이란 책을 출간했다.

 

자신들의 과거와 신앙생활에 눈뜨게 된 인생 역정을 모아서 펴낸 것이다. 이를 읽고 회원으로 가입하고 싶다고 연락해 오는 전직 야쿠자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몸에 문신을 새겼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인간 취급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주님의 기적 중에 가장 큰 기적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스즈키는 젊어 한때 실수로 주먹세계에 휩쓸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미션 바라바의 노랫소리를 외면하며 지나치던 시민들이 하나둘 그들 앞에 다가와 유인물을 건네받는다. 신바람이 난 그들은 더욱 목청을 높여 전도를 한다.슬픔 속에 잠겨있는 당신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잊지 마십시오. 당신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