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정육점 산타’ 윤재춘 씨 10년째 불우이웃에 고기 선물
국민일보 1998. 12. 25.
서울 정릉2동 아리랑시장에서 15년째 영천정육점을 운영하는 윤재춘 씨(43)는 ‘푸줏간 산타’로 통한다. 윤 씨가 쇠고기 반군에 돼지고기 반그늘 섞은 고기 한 근씩을 50~1백 가구에 선물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과는 달리 노년을 혼자 쓸쓸하게 지내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영세민가정에 고기를 보내주고 있는 것. 성탄절뿐만 아니라 추석과 설에도 그의 ‘고기 한 근 보내기’ 선행은 이어진다. 그동안 윤 씨가 선물한 고기로 명절에 따뜻한 고깃국을 끓여 먹을 수 있었던 이웃은 2천여 명이 넘고, 이젠 동사무소에서 명절마다 어려운 가정에 ‘윤씨네 고기’ 무료쿠퐁을 나눠줄 정도가 됐다. 고기 선물을 한차례 할 때마다 원가로 계산한다 해도 1백만 원이 넘게 들고 지난해 닥친 IMF로 올해는 예년보다 수입이 3분의 1 이상 줄었지만 그는 묵묵히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고교생 중학생 형제를 두고 아내와 함께 정육점을 운영하는 윤 씨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자신의 평범한 생활만큼이나 단순하다.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동네사람들 덕에 생계를 꾸리고 있으니 ‘받은 만큼 갚아야 한다'는 것. 윤 씨는 “누굴 도와야겠다는 생각보다 이웃끼리 정을 나누고 평소 고마웠던 주민들에게 보답한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하다 보니 매년 되풀이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행사는’ 결국 소문이 나 지난 10일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을 받게 됐고, 상금으로 받은 1백만 원도 소년소녀가장 5명에게 장학금 겸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놓았다. 윤 씨는 또 수년 전부터 혼자 사는 노인 30명에게 매일 요구르트가 배달되도록 하고 비용을 부담한다. “고기를 선물했던 노인들이나 어린 학생들이 정육점 앞을 지나가다 인사를 건네올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고기 한 근이 생계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저 정성 아니겠습니까” 윤 씨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고기를 나눠 줄 수 있게 되고, 두 아들이 항상 이웃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