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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에 비친 1998년

 

동아일보 1998. 12. 28.

 

시련의 IMF에도 희망 새록새록

IMF경제난속에서 너나없이 어렵고 가파른 한 해를 보냈다. 동아일보 사회면의 ()’에는 경제난에 따른 고통과 시련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기업의 연쇄부도로 쏟아져 나온 실업자와 공원을 메운 노숙자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이웃들의 자살 한편으로는 정권교체로 개혁의 칼바람을 맞은 공직사회, 업계의 동요도 사회를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창 속에는 온정과 미담의 자취들도 새겨져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연도 많았고 불우한 이들에 대한 온정도 넘쳐흘렀다. 그렇게 IMF 1년은 흘러갔다. ‘IMF한파는 빈한한 사람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웠다. 해고된 뒤 아이 분유값 마련을 위해 공중전화기에서 동전을 훔친 가장의 분유값이 없어 그만…’(3월 11일)과 ‘껌팔이 모녀의 눈물’(3월 23일) ‘학교까지 쫓아온 빚독촉’(4월 29일) 등은 참담한 우리 이웃의 눈물 젖은 삶을 보여줬다. ‘어느 가장의 죽음’(1월 19일) ‘아내의 PC유서’(2월 8일) ‘보험금과 맞바꾼 목숨’(3월 10일) ‘모두 내 죄인데 어린것이 왜…’(3월 26일) 등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죽음도 잇따랐다. 실직은 누구에게나 고통이었다.

 

퇴직금도 못준다니’(3월 9일) ‘IMF 파혼’(5월 17일) ‘벼랑 끝 어느 영업사원’(5월 20일) ‘박사출신 실업자’(6월 28일) ‘실직자가 만난 실직자’(7월 2일) ‘미취업 지방대생의 비가(悲歌)’ (6월 10일) ‘여제자들 취업자리 없나요’(10월 8일) 등은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했다. 공원 벤치의 홈리스들도 익숙한 이웃이 되었다. ‘복지부장관의 노숙자 체험’(6월 3일) ‘비 온다고 밥 안 먹나’(5월 11일) ‘서울역 비가(悲歌)’(9월 15일) ‘무료급식도 끊기고…’(8월 14일) ‘노숙 대신 감옥을’(12월 17일) ‘어느 노숙자의 귀향’(12월 8일) 등 노숙자 문제는 ‘창’의 주요 테마였다. 사회도 크게 달라졌다. ‘국제선 새 풍속도’(1월 23일) ‘이젠 홍보성시위 시대’(4월 13일) ‘지하로 이사 가는 집주인’(5월 6일) ‘신용대출 문전박대’(6월 1일) 등이 달라진 인심을 그렸고 국민회의에 쏟아지는 민원’(1월 3일) ‘김대통령 고향 거제도의 깊은 침묵’(2월 18일) ‘결국엔 상도동도 시위걱정’(2월 26일) 등이 권력의 무상함을 노래했다

 

그러나 딱한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훈훈함도 이어졌다. 청소복 비용을 불우이웃 돕기에 내놓은 미화원들의 이웃사랑’(3월 16일)’ ‘하늘에서 보낸 장학금’ (4월 2일) ‘백마르크에 담은 사랑’(5월 12일) ‘꽃동네로 간 신혼여행’(6월 2일) ‘얼굴 숨긴 이웃사랑’(7월 14일) ‘정을 가꾸는 배추밭’(10월 21일) ‘장애인의 발이 된 장애인’(10월 23일) ‘밥 한 공기 환대’(11월 23일) 등 수많은 사연들이 지친 우리의 영혼을 적셨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인사비리 불감증’(1월 6일) ‘서랍 속에 감춰둔 개혁’(2월 11일) ‘일곱 번째 잘못된 통지서’(9월 17일) ‘되레 큰소리치는 공무원’(10월 27일) ‘구청장의 해외도주’(3월 6일) 등으로 소개됐다. ‘김현철 피고, 들으세요’(2월 17일)와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그린 장군답지 못한 퇴장’(4월 3일) ‘정대철 부총재의 항변’(9월 10일), 한나라당 서울역 집회 사건을 다룬 협조도 않고 수사 끝내라니’(11월 20일)등은 정치와 권력의 스산한 그림자를 느끼게 해 주었다.

 

여름철 전국을 강타했던 물난리도 빼놓을 수 없는 창의 소재였다. ‘어느 고교생의 수난(水難) 일기’(8월 12일) ‘고아들의 수해복구 온정’(826) ‘조상 잃고 추석은 무슨’(9월 6일) ‘물난리 방송 지방차별’(8월 10일) 등이 수해 현장의 애환을 담았다. ‘어떻게 우리 선생님이…’(8월 28일) ‘총장 없는 교수 퇴임식’(8월 31일) ‘선생님과 오리발’(9월 1일) ‘과외사기 변한 게 없어요’(9월 2일)등 고액과외사건도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이밖에 아바이 마을의 희비’(6월 25일) ‘고향방문 정녕 꿈인가요’(7월 15일) 등 물꼬를 튼 대북교류와 ‘신고 못한 선거향응’(6월 4일) ‘흑색선전 전화폭력’(5월 25일) 등 지방선거와 관련된 소재도 등장했다. 한편 변호사가 판사 월급 주나요’(2월 22일) ‘앵벌이 보도에 애타는 부정(3월 30일) 등 의정부판사 비리와 영아매매 사건은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 혼탁을 깊게 들여다본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