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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고 있는 英 이슬람 사회

 

한국일보 2005. 07.11.

 

런던 연쇄 폭탄 테러 후 영국의 이슬람 사회가 보복공격을 받고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찰은 테러범 용의 선상에시리아 출신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마스타파 세트마리암 나사르(47) 모로코 출신의 급진 이슬람 성직자 알-가르부지(45) 영국의 자생 테러범 혹은 범죄단체 등 이슬람계를 지목하고 있다. 런던의 무슬림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무슬림이 테러범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영국 내 분위기는 무슬림이 범인인 것처럼 몰아가고 당국의 수사 타깃이 될 것도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이 폭파된 3곳 중 1곳인 엘드게이트 역은 런던에서도 이슬람 인구 밀집 지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스트 런던 이슬람 사원의 성직자 하비바 라만은 우리 중 테러리스트가 있다면 어떻게 이곳에 폭탄을 터뜨렸겠느냐지난해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후 혹시 우리 안의 누군가가 또 다른 테러와 관련되는 일이 없도록 내부 감시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다른 성직자 샤이크 압둘 카윰은 테러를 기획하고 자행한 사악한 사람들은 범죄자라며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테러 규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역 내 구호 단체를 동원해서 부상자 치료와 실종자 찾기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 일반인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있다. 영국이슬람위원회를 비롯해 이슬람 단체들에게는 증오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 3만 통이 도착했다. 영국 북서부 도시 버컨헤드에서는 9일 이슬람사원에 방화사건이 일어나 사원 현관이 파손됐다. 런던에서 무슬림이 운영하는 가게에는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영국은 지금껏 타문화ᆞ종교를 존중하는 다원주의 정책으로 다른 유럽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이슬람권 출신과 문화를 받아들인 편이다.

 

뉴욕 타임스는 영국은 9.11 테러와 마드리드 테러에 영국 시민권자인 이슬람 신자가 관련됐다며 미국 등 주변국들이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지만 시민 자유를 옹호한다면서 이들을 감싸줬다그런데도 테러가 일어나 이슬람 신자에 대한 영국인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슬람 사회에 대한 관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자경단을 만들어 지역 내 경비를 강화하는 등 이슬람 사회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