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ree
GM-free 식품을 늘려라
메트로신문 2005. 07.06.
파급효과 큰 유통기업ᆞ식품업체 직접 겨냥`농사는 식품공장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 “GM 우유에 ‘노(NO)’라고 말하자.” 런던 한복판 옥스퍼드 거리의 복잡한 상점ᆞ식당가에서는 이런 팻말과 정지 교통신호판을 든 얼룩무늬 젖소들의 퍼포먼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전자변형(GM) 사료를 먹고 자란 젖소가 생산한 우유, 일명 ‘GM 우유’를 판매대에서 없애기 위해 영국 그린피스 회원들이 유통업체 주변에서 벌이고 있는 이 같은 ‘겁나는 유제품(Scary Dairy)’ 캠페인은 이제 런던 시민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1996년 GM 농산물이 수입된 후 10년째가 되면서 GM 농산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은 유럽 환경운동 단체들의 중요한 일거리가 됐다.
런던 캐논베리 빌라의 그린피스 영국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그린피스 국제본부의 미디어 담당 바이라 던롭은 “2004년에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GM 반대 캠페인을 했다”고 소개하며 “아르헨티나산 대두의 97%가 GM 작물일 정도로 GM 작물의 유입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GM 식품이 무조건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영국 그린피스의 GM 담당 활동가 벤 에이리프는 “GM 식품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철저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유해성을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조작된 유전자 내에 포함돼 있을 수 있는 위험이 예측 불가능한 때에 감당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갖고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는 “GM 작물은 가장 나쁜 영농방식에 기초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GM 작물을 생산하는 대형 농업기업들은 농사를 마치 식품 공장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한다. 화학비료를 동원한 대규모 영농 방식은 환경과 토양의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물과 삼림을 오염시킨다”고 지적했다. 에이리프는 “이에 따라 영국 그린피스는 GM의 악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구체적 실천목록을 작성, 시민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소개한 영국 그린피스의 GM반대 캠페인은 파급효과가 큰 목표물들을 차례로 설정해 하나씩 집중 공략해 나가는 직접적인 방식이다. GM 식품을 유통시키는 대형 소매기업들을 목표로 설정하고 대표적인 GM식품으로 우유를 선택했다. 시민들에게는 “당신이 물건을 사다가 GM 우유를 발견하면 즉시 해당 유통업체에 편지를 보내고 항의전화를 하라”는 ‘쇼핑 지침’을 배포했다.
첫 목표기업은 영국의 대표적 소매기업 막스앤스펜서(Marks&Spencer)였고 활동가들과 소비자들을 총동원한 전화와 편지공세로 막스앤스펜서는 영국 소매기업 중 처음으로 GM 우유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부터 집중 공략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은 유명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베리(Sainsbury’s). 지난해 5월 런던의 세인즈베리 본사 로비를 그린피스 젖소들이 점령한 후 190개 점포에서 GM-free 우유 시험코너를 설치하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지난해 6월 수천 t의 GM 작물을 싣고 브리스톨항을 입항하는 선박을 그린피스활동가 13명이 육탄으로 저지, 상선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 내 또 다른 GM 반대 운동단체인 ‘유전자감시(GeneWatch)’와 공동으로 GM 농산물 경작 확대에 따른 전 세계적인 식품, 사료, 야생식물, 종자 오염사례를 수집하기 위한 온라인 신고센터를 6월 1일부터 개설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그린피스는 7월 10일이면 20주년을 맞는 레인보워리어호 폭파사건을 통해 반핵단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GM 캠페인에 대한 비중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41개국 지부 28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그린피스는 2004년 현재 연간 1억 유로에 달하는 캠페인 지출 예산중 삼림보존과 기후변화 방지에 가장 많은 예산을 쓰지만 그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GM 반대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GM 반대론이 거센 유럽 지역에서 그린피스 이외에도 지구의 벗 등 환경단체들이 벌이는 GM 반대 운동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네슬레, 하인즈, 코카콜라, 펩시콜라, 켈로그 등 식품기업들은 홍콩과 유럽 등에서 판매되는 자사 제품에 대한 GM-free 선언을 했다. 또 지난달 말 EU 환경장관회의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압력으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그리스, 룩셈부르크 등 EU 5개국의 GM 농작물 금지 조치를 철폐할 것을 요청한 유럽 집행위원회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