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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버디샷 행운만은 아냐

 

메트로 2005. 06. 27.

 

무명의 골퍼 김주연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대회 중 최고권위의 US여자오픈 경기에서 2위와 2타 차 단독선두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김주연은 박세리와 박지은에 이어 세 번째로 LPGA 투어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한국선수가 됐다. 또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로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다시 한번 한국 골프 낭자들의 위력을 떨쳤다. 김주연은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퀸의 영예와 함께 상금 56만 달러를 획득해 상금랭킹에서도 상위권으로 급상승하는 신데렐라가 됐다. 그는 이번 경기 마지막 파 4홀에서 두 번째 친 볼이 벙커에 빠지는 비운을 맞았다.

 

그런데 벙커에서 그린으로 쏘아 올린 세 번째 샷이 기적적으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을 안았다. 올 들어 쓰기 시작했다는 버디 킴이란 미국명에 걸맞은 샷을 연출했으니 극적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김주연의 우승을 한낱 행운으로 돌릴 순 없다. 영예의 뒤안길에는 눈물 젖은 빵과 무명의 설움이 배어 있다. 넉넉지 못한 집안의 그는 2000년 대망의 뜻을 품고 미국에 진출했으나 3년 동안 LPGA투어에 참가조차 못했다.

 

초창기 김미현처럼 아버지가 모는 차로 경기장을 전전하며 모텔 생활을 했다고 한다. 박세리를 능가하는 천부적인 체격에 장타력을 지녔지만 낯선 땅에서 그가 겪은 고생은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게다가 미국진출 첫해에 손목 부상까지 입어 LPGA투어 진출에 실패하고 다음 해에는 2부 투어 2개 대회에 우승을 하고도 상금액이 적어 LPGA풀시드권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 처음 LPGA출전 자격을 얻었으나 상금 1만 달러에도 못 미쳤고, 올해도 이번 우승 전까지 8만 달러에 머무는 등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니 뉴스의 관심 인물로도 떠오르지 못했다. 김선수의 이번 US오픈 우승은 각고의 세월이 일궈낸 결실로 봐야 한다. 그는 올 들어서도 13개 대회에 참가해 절반이 넘는 7개 대회에서 컷오프를 당했다. 그쯤 되면 좌절의 충동도 느낌직 하다. 그런데 불굴의 의지로 지난 5월 칙필 A 채러티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를 하며 첫 10위권에 들었다그리고 이번 US오픈에서 우승을 거머쥐어 단숨에 세계 선두 그룹에 올라섰다. 수 없는 컷오프 탈락과 손목 부상을 디디고 일어선 그의 불굴의 정신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그치지 않는 열정이 식지 말고 오래 유지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