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說
전설이 막아준 쓰나미 참사
경향신문 2005. 03. 01.
‘할머니들의 옛날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듣지 말라.’
지난해 발생한 남아시아 쓰나미의 진앙지에서 가까운 인도네시아의 한 섬마을 주민이 100년 가까이 구전되는 전설(傳說) 덕분에 대참사를 모면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진앙지에서 불과 60㎞ 떨어진 시메울루에 섬은 쓰나미 발생 당시 높이 10m에 달하는 거대한 지진해일이 덮쳐 해안마을 대부분이 폐허가 됐지만 7만 5천 명에 달하는 주민 중 사망자는 7명에 불과했다. 통신에 따르면 인명피해가 이처럼 적은 것은 100년 가까이 전해 내려오는 “세몽”(쓰나미의 현지어) 이야기를 사람들이 잊지 않은 덕분이었다.
1907년 이곳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바닷물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쳐 수천 명이 숨졌다는 얘기를 노인들이 틈날 때마다 자손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다른 해안의 주민들은 첫 지진의 진동으로 땅이 흔들리다 멈춘 뒤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최악의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드러난 갯바닥에서 물고기 등을 줍다가 큰 피해를 당했다. 하지만 시메울루에 섬 주민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들은 세몽 이야기를 떠올리며 바닷물이 빠져나갔을 때 젖 먹던 힘을 다해 고지로 달아났다.
키로라는 50세의 남자는 “지진이 한차례 지나간 뒤 물이 빠져나가는지 눈으로 확인한 후 언덕으로 뛰었다”고 말했고, 수하르딘이라는 33세의 남자는 당시 너무 놀라 옛날 얘기가 금방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어떤 남자가 “세몽! 세몽!”하고 외치는 것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떠올렸다. 국제구호기구 직원인 란다 윌킨스도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자전거, 오토바이, 일륜차(一輪車) 등 탈 것이란 탈 것은 모두 동원해 아이들을 싣고 언덕으로 피난했다”고 거들었다. 인도네시아 기상지구물리학자인 타우피크는 지진 충격으로 “섬 전체가 한쪽으로 1.2m 가량 들려 올라갔다”며 “이런 와중에 7명밖에 죽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