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인질강도
연합뉴스 2005. 02. 25.
주부 때늦은 참회의 눈물
사기당하고 빚에 시달리다 범행.. 경찰 “잡고 보니 평범한 주부에 허탈?"
“여보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경찰서 강력 5팀 사무실. 인질강도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주부 유모(37. 여)씨는 운동복 차림에 손목엔 차가운 수갑을 찬 채 사무실 구석의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쏟고 있었다.
지난해 3월 인터넷을 통해 만난 공범들과 서울 흑석동 한 아파트에 침입, 일가족 6명을 인질로 잡고 은행에서 거액을 인출해 달아났던 유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만을 되뇔 뿐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유 씨가 어마어마한 인질강도 행각을 벌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빚’때문. 대출받은 돈으로 새집을 사려다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게 된 유 씨는 설상가상으로 보증문제까지 겹치면서 빚이 갑절로 불어났고, 이 무렵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김 모(32)씨 등과 함께 순식간에 범행을 모의, 강도짓에 동참했다. 범행 뒤 공범들과 나눠가진 현금 2천여만 원을 빚을 갚는 데 사용한 유 씨는 모든 것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다시 평범한 주부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범행 뒤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고부터는 또 다른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유 씨는 경찰에 검거된 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차마 하지 말아야 될 짓을 했다는 생각에 하루도 괴롭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그간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유 씨는 또 자신의 모습을 담은 CCTV 사진이 전국에 배포되자 언젠가 다가올지 모르는 경찰의 검거에 대비, 자신의 과오를 전혀 알지 못했던 남편에게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써 놓기도 했다. 유 씨는 이틀 전 부인이 인질강도 공범으로 검거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찾아온 남편의 면회도 거부한 채 죗값을 치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질강도라 흉악범의 소행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잡고 보니 너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며 "유 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빚에 시달려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