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베이징에서 첫 한국어 공개수업
한겨레 2005. 01. 03.
94 중학 “한류에 영향받아” 지난해부터 제2 외국어 채택
지난 30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화자디 베이징 제94중학(중고등학교에 해당) 강당에서는 ‘한국어 공개수업’ 이 열렸다. 2004년 9월 새 학기부터 이 학교가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지역의 경우 한국어(조선어)를 배우는 중고등학교가 적지 않았지만 베이징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건 94중이 처음이다.
이날 강당을 메운 160명의 중1 학생들은 40여 명의 학부모와 취재진들 앞에서 “94 중학 어디 있어요?” “이것 얼마예요?” “한국 중국 다 좋아요” 등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간단한 한국어를 따라 읽으며 지난 석 달 동안 배운 한국어 실력을 선보였다. 이날 공개수업에는 이 학교 국제부의 한국 학생들이 ‘안내’를 맡아 수업을 참관하러 온 한국 손님들에게 한국말로 안내를 해 한국 학교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이날 공개수업에는 한국 유학생 사물놀이패 ‘천명’의 흥겨운 공연과 떡국 맛보기 등의 행사도 뒤따랐다. 이 학교 천한룽(50) 교장은 “학교가 위치한 화자디가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왕징과 가까운 데다 요즘 학생들이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다” 며 “한국 문화가 예의범절을 강조해 한국어 수업이 언어 습득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품성 함양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천 교장은 “제1외국어인 영어 전공자는 많지만 한국어 전공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중․한 관계의 급속한 발전을 볼 때 한국어 학습이 나중에 진로 선택 때도 도움이 될 것” 이라며 이 학교의 한국어 채택에 대해 “베이징시교위 간부들과 학부모들도 모두 만족하고 있다” 고 소개했다. 중국은 중등학교에서 국가지정 필수과목과 시지정 필수과목 이외에 제2외국어 등을 각급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