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cs 2023. 11. 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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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엉덩방아 생명까지 아찔

 

국민일보 2004. 12. 20.

 

겨울은 낙상(落傷)이 잦은 계절이다. 특히 노인들은 근력이나 균형감각이 떨어져 미끄러운 길에서 약간만 삐끗해도 큰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 1이, 85세 노인의 절반이 매년 낙상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낙상 경험이 있는 노인이 다음 해 다시 사고를 당하는 비율은 3분의 2나 된다. 또 여성의 낙상 비율은 남성의 2배에 이른다.

노인 낙상은 곧바로 골절로 이어지는데, 특히 고관절(엉덩이 관절) 골절 발생률이 60%나 된다.

 

건양대병원 정형외과 이우석 교수는 특히 고관절 골절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졸중과 심장마비, 폐렴, 욕창, 영양실조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겨 90%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며 각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척추뼈에 미세하게 금이 가거나 뼈가 주저앉는 척추 압박골절도 주의해야 한다. 등 전체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걷지 못하고, 심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뒤로 넘어지면 뇌진탕이 일어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뇌진탕은 의식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건망증이나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낙상을 당한 노인이 별다른 외상이 없는데도 통증을 호소하거나, 이상 증상을 보인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 낙상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리 근력 저하. 특히 발목과 무릎이 약해지면 체중부하를 견디기 힘들고, 균형잡기도 어려워 길에 난 작은 굴곡에도 쉽게 넘어진다. 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 노인들은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데, ‘천천히 걷기만으로도 허벅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집안에서도 많이 걷는 것이 좋다. 의자 등받이를 붙들고 발가락 끝으로 서서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또 두꺼운 고탄력 밴드를 발목이나 허벅지, 장딴지에 감아 느슨해진 근육을 꽉 죄어주면 긴장감이 살아나 힘을 기를 수 있다.

 

노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때 혹은 목욕 중 자세를 바꾸다가도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껴 잘 넘어진다. 서울세란병원 정형외과 박영식 과장은 귀 안쪽의 전정이란 곳에서 떨어져 나온 이석(耳石)이 반고리관에 들어가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기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멀쩡하게 서 있다 갑자기 비틀거리며 넘어지거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다 자주 주저앉는 노인들은 귀 이상으로 오는 어지러움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고리관의 이석은 자세교정 운동을 통해 원래 자리인 전정으로 내보내는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다. 눈 건강에 이상이 생겨 낙상을 겪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녹내장이나 백내장이 있는 노인들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계단이 흐릿해 보이거나 두 개로 겹쳐 보여 발을 헛디디기 쉽다.

 

시야가 좁아 장애물이 있어도 잘 보이지 않아 부딪쳐 넘어지기도 한다한편 이런저런 이상이 없는데도 자주 넘어지는 노인은 치매나 뇌졸중, 뇌종양 등 각종 신경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최근 해외 연구에 따르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도 노인 낙상의 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인천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그밖에 저혈압, 저혈당증, 복용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균형 장애, 현기증 등도 낙상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고령의 노인일수록 이런 노인성 질환의 사전 점검을 충실히 하고, 제때 치료받으면 낙상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