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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 여성이 뛴다

 

국민일보 2004. 12. 07.

 

군산에 사는 주부 송덕례(45)씨는 낮에는 건어물 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건어물 가게 일만으로는 먹고살기가 빠듯하던 차에 둘째 딸(22)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지난 5월부터는 운전대도 잡기 시작했다.

주부 송 모(49)씨는 지난 3월부터 삼겹살집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남편은 중견기업 부장으로 있고 두 아들 모두 대학생으로 학비 정도는 알아서 마련할 나이인데도 송 씨는 하루 8시간을 꼬박 서서 일한다.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서 하루아침에 집이 송두리째 날아갔기 때문이다.

 

주부 김 모(41)씨는 지난 6월부터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남편이 부동산중개업을 했으나 불황으로 벌이가 안되자 김 씨가 생업전선에 나온 것.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1학년인 딸의 과외비가 한 달에 40만 원씩 들어가기 때문에 자신이 벌지 않으면 가계를 꾸려가기가 불가능하다고 김 씨는 말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한 지 올해로 2년째인 주부 이모(40). 이 씨는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였지만 남편의 실직으로 이 일을 하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1학년 아이를 둔 이 씨 역시 아이들의 교육비가 갈수록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도저히 일을 하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단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계를 책임지는 중년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편의 실직과 부도, 자녀의 취업실패, 이혼 등으로 주부들이 생계형 취업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4049세 여성취업자수는 올해 1월 242만 2000명에서 꾸준히 늘어 10월에는 254만 8000명으로 12만 6000명 늘었다. 5059세 여성취업자수도 같은 기간 120만 2000명에서 134만 3000명으로 14만 1000명 증가했다.

주부들의 구직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에 따르면 직업을 구하기 위해 자사에 이력서를 등록한 기혼여성들은 20026월 2만 962명에서 지난달 4만 2902명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취업을 위해 기술을 익히는 중년여성들도 급증하고 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따르면 이곳에서 수강하는 중년여성들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센터관계자는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지,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넘쳐난다고 말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 남하정 상담부장은 요즘 들어 부쩍 4050대 중년여성들의 구직상담이 늘어났다아무거나 하겠다며 뛰어드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고 불황으로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 줄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