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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멋쟁이가 많아요

 

중앙일보 2004. 12. 07.

 

황족내외 한국여행기

한국에는 멋쟁이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 뿐 아니라 시장에서 아침 일찍부터 일하는 여성들도 파운데이션과 립스팁을 예쁘게 바르고..”

일본 황족으로는 최초로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했던 친한(親韓) 인사인 일본 황족 고()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ᆞ천황의 사촌) 내외가 2년여 전 한국을 다녀간 발자취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다카마도노미야 전하가 본 한국'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국에 머물던 일주일간 고인이 찍은 사진과 미망인인 히사코(久子) 여사가 메모한 기록을 기행문의 형식으로 나란히 엮은 것이다.

 

내외는 한ᆞ일 월드컵 기간인 2002년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공식 방한했다. 일본 황족이 한국을 공식방문한 것은 당시의 경우가 전후 최초였다. 일본축구협회 명예총재였던 고인은 미망인과 함께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했으며 서울과 수원, 경주, 양산, 부산, 울산 등지의 명승지뿐 아니라 자갈치 시장을 비롯한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우리나라를 몸소 체험했다. 고인은 남대문시장과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등에서 만난 상인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미망인은 곳곳에서 마주친 풍경을 취재노트에 깨알같이 적었다.

 

자갈치는 한국어로 자갈’ (小石)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자갈 투성이인 해안에 생활력 강한 아주머니들이 시장을 열었던 것이 시초인데 지금의 위풍당당한 아주머니들을 보노라면 이해가 갑니다

고인은 귀국 후 일본 동양경제일보'의 제안에 따라 기행문을 연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해 1147세의 젊은 나이로 급사하는 바람에 이듬해 미망인이 그 약속을 대신, 40회 연재를 마무리지었다.

 

책은 이 연재를 엮은 것으로 한국어와 일본어가 나란히 실려 있으며 40여 점의 컬러 사진이 수록됐다. 각각의 글과 사진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고 있다.

고인은 월드컵 직후 동양경제일보와의 회견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한ᆞ일간 50년이 무심히 지나친 50년이었다면 지금부터의 양국은 2002년으로 돌아가 ‘그때 우리 함께 하지 않았던가’ ‘다시 함께 합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