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cs 2023. 11. 1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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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7% 62% “나는 일 중독자

 

세계일보 2004. 12. 03.

 

혹시 내가 일중독자는 아닐까?’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에, 휴일에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일에 매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집에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지내면 좋으련만,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도저히 마음이 안 놓이고 직장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중독증은 일 외에는 자신을 지탱할 정신적인 힘이 없는 상태’로 정의된다. 과잉적응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자랑스레 나는 일중독자(Workaholic)’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일중독은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중독처럼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들고 건강과 가족대인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사람의 뇌가 흥분상태에 빠지면 노레피네프린(norepinephrine)’ 이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마약이 이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해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일도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페터 베르거는 일중독증 환자를 3단계로 나눴다. 집에 와서도 일하는 사람은 1기 환자, 일중독증에 걸렸다고 자각한다든가, 일부러 여가를 즐기거나 취미봉사 활동에 매달리면 2기 환자, 어떤 일이든 환영하며 주말과 밤에도 일을 하고 약물에 중독된 것처럼 건강이 무너질 때까지 일에 매달리면 3기 환자로 분류된다. 일중독은 성별 연령 직업에 상관없으며, 심지어 50대 주부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세계일보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MSN과 함께 지난달 24, 25일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응답자 1752)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51%(893)가 스스로 일 중독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남자(57%)30대 여자(62%)에서 그 비율이 높았다. 베르거 박사에 따르면 이들은 자기가 일 중독증에 걸렸다고 자각하는’ 2기 환자에 해당한다. 일중독 점검표에서 8개 항목 이상 해당하면 일중독을 의심해 볼만하다.

 

업무시간에 비해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71%에 해당하는 1249명이 모자란다고 답했고,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9%(503)에 불과했다. ‘현재 다니는 직장(또는 학교)을 그만두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물음에는 76%(1339)가 ‘있다’에 클릭했다. ‘삶의 여유를 위해 때로는 게을러질 필요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십니까란 질문에도 73%(1274)동의한다고 답했다.

 

스스로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진단하는 이들은 처방도 대개 알고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을 좀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휴식과 재충전(71%, 1236)’ 을 꼽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잠시라도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중독에 빠진 것이 아닐까 의심은 가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끊어내야 할지 막막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순위를 매겨보라고 권한다. 물론 일은 여기서 제외된다. 일중독은 뾰족한 치료법이 없지만, 변화를 위한 본인의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 일중독이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습관을 조금만 바꾸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해 보는 것이다. 몇 해 전 서점가에는 때아닌 게으름열풍이 불었다. ‘여유 있게 살자는 게 공통적인 주장이었다.

 

폴 라파르그는 19세기에 이미 게으름을 예술과 고귀한 덕성의 어머니로 파악하고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설파했다.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창조적 사고는 휴식과 게으름 속에서 찬란히 피어났고, 지금도 피어나고 있다일을 애인 삼아 달려가다가 10, 20년 후 ‘성공 후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무력감과 상실감에 시달리기 전에 무엇이 바람직하고 정말 생산적인 삶인지 이쯤에서 한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

 

일중독 점검표

퇴근 후에도 업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일이 폭주해서 휴가를 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아침엔 일찍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안절부절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쟁의식이 강하고 일에 승부를 건다고 평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혼자서 점심식사를 할 때 옆에 서류나 일감을 놓고 보면서 시간을 절약하려 한다.

매일 할 일을 빽빽하게 리스트로 만들어 놓는다.

일하는 것을 정말로 즐기고 다른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위의 항목 중 8개 이상 해당하면 일중독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