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사
‘무소불위’ 신용평가사 신용점수는?
한겨레 2004. 11. 23.
국가나 기업의 신용도를 감독하면서 사실상 무제한의 권력을 휘두르는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은 누가 평가하나?
〈워싱턴포스트〉는 22일 신용평가회사들의 문제점에 대한 특집기사를 통해 “감독도 받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 자본주의의 중요한 문지기”인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의 문제점을 해부했다.
2002년 미국 역사상 최대의 회계부정이 드러나 파산한 미국 월드컴에 대해 대형 신용평가회사들은 파산 몇 주 전까지도 월드컴의 신용도가 양호하다고 판정해 이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끼쳤다.
〈워싱턴포스트〉는 “신용평가회사 분석가들이 뉴욕에서 펜대를 한번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한 기업이 수백만 달러의 손해나 이익을 보고, 시 재정이 흔들리거나 주식과 채권시장이 충격을 받고 국제투자 흐름이 바뀌는 상황에서, 사실상 외부로부터 아무런 감시․ 감독도 받지 않고 있는 신용평가회사들의 개혁 문제가 대형 회계부정사건들을 계기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고 전했다.
WP “무디스 이사들 고객사 이사 겸임‥객관성 손상”
비밀주의 원칙 속 발표전 평가급조‥ “개혁” 지적일어
신용평가회사의 평가가 과연 객관적이냐는 질문의 핵심은 ‘이해관계의 상충’에 있다. 신용회사 수입의 많은 부분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회사로부터 받는 평가비용이기 때문에 수입원인 고객사를 유지하고 늘리면서 평가의 객관성이 손상되기 쉽다. 특히 3대 평가 회사는 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내부의 평가과정을 비밀에 부친채 고객사들에게 과도한 평가비용을 물리거나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신문은 또한 무디스의 여러 이사들이 무디스 고객사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점, 신용평가 과정에 수석 애널리스트의 영향이 과도해 그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점, 신용 발표 직전 평가를 급조한 사례 등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평가 회사는 필요한 존재이지만, 대형 신용평가회사들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지고 외부와 단절돼 있다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