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후세인 ‘암살 공포증’
조선일보 2004. 10. 08.
13년간 전화 딱 두 번! / 당시 고위층 “식사 전엔 독극물 검사”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0년 이후 13년 동안 딱 두 차례만 전화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은 8일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이라크 서베이 그룹의 ‘듀얼퍼 리포트’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후세인과 당시 고위관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이 리포트는 “후세인은 암살범이나 미국이 자신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여러 곳에 도피처를 마련해 놓았다” 면서 “그는 암살당할지 모른다는 극심한 강박관념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고 전했다.
후세인 통치하에 부통령을 지낸 타하 라마단은 리포트를 작성한 조사관들에게 “1991년 이후 한 번도 사담과 직접 통화하지 않았고, 위기상황에서도 그의 위치를 수일 동안 파악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후세인은 또 비밀요원들에게 실험실을 만들게 한 뒤, 자신에게 제공되는 음식에 독극물이 있는지를 미리 시험해 보도록 했으며, 관료들을 만날 때도 창문이 투명하지 않은 자동차로 먼저 픽업한 뒤, 다시 차량을 바꿔 비밀장소로 오게 하는 등 보안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리포트는 1991년 미국이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낸 뒤부터 나타났던 후세인의 암살 공포증은 사위의 망명(1995년)과 그의 아들 우다이에 대한 암살기도(1996년) 이후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그 후 후세인은 관료들보다 가족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관료들이 회의 도중 후세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는 “자살행위”로 여겨질 정도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