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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 9000억 수표도 있다?

 

조선일보 2004. 08. 31

 

위조수표 현금화 부탁받은 사채업자 - 2짜리도 봤어진짜라고 믿었지

‘900,000,000,000원(9000억 원)’ 이란 숫자가 찍힌 자기 앞수표를 받아 들고 처음부터 진짜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사채업자들은 좀 다른 모양이다.

이 엄청난 액수의 가짜 수표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9. 수표위조범 한 모 씨가 농협 차장 하모 씨와 공모해 액면금 9000억 원짜리 자기 앞수표를 명동 사채업자 김 모(여)씨에게 현금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위조범들은 명동 큰 손’이던 김 씨의 신고로 쇠고랑을 찼다.

 

그러나 1심에서 한 씨는 수표위조 혐의는 유죄였으나, 그 수표를 실제로 현금화하려고 사용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통상적인 거래에서 쓰이지 않는 거액이라서 사채업자가 위조수표란 것을 알 수 있었고, 따라서 실제로는 수표가 시장에 유통될 위험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를 뒤집은 것은 사채업자 김 씨의 증언이었다. 그는 항소심에서 “(음성자금을 양성화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액면금 합계 수천억 원짜리 수표를 할인한 적이 있으며, 9000억 원짜리도 전화 몇 통만 돌리면 당장 현금 3000억 원에 할인할 수 있다며 그 수표를 진짜라고 믿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또 “2조 원짜리 수표를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거액의 수표가 지하경제 시장에서는 공공연히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다.

당초 위조범들도 이를 알고 2조 원짜리 수표를 위조해 ‘한탕’을 노렸지만, 위조 기계가 조(兆) 단위를 인쇄하지 못하는 바람에 9000억 원짜리 위조에 그쳤다고 검찰은 전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 8부(재판장 주경진周京振)30일 ‘9000억 원짜리 수표를 진짜로 믿었다’는 사채업자의 진술을 인정, 2명의 수표 위조범에 대해 각각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