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女동성애자 “남녀차별 심하다”
경향신문 2004. 08. 16.
여성 동성애자(레즈비언)의 인권침해 사항을 분석한 자료가 처음 공개됐다.
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 모임인 ‘끼리끼리’는 레즈비언 2명 중 1명은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여성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억울한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하는 등 남성 동성애자보다도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끼리끼리’는 200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상담자료 447건을 분석했다.
◇ 동성애자 고백도 어려워=20대 여성 ㄱ씨는 “얼마 전부터 사랑하는 여성이 생겨 고백하고 싶으나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는 이성애자” 라며 “남들처럼 드러내놓고 고백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여자로 태어난 것이 저주스럽다” 고 토로했다. ㄷ씨는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주위의 눈초리” 라며 “여성을 사랑하는 건 인정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그저 부정하고 싶다” 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 동성애자이기에…=상담자 100명 중 4명은 “성폭력이나 아웃팅(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당했다” 고 말했다. 여대생 ㄹ씨는 “남자선배로부터 ‘너희 집에 알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1년 가까이 성폭행당했다” 며 도움을 요청했다. ㅎ씨는 “알고 지내던 동성애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며 “만나지 않겠다고 하자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면서 스토킹 하고 있다” 고 호소했다. 35세 기혼여성 ㅂ씨는 “결혼 전 사귀던 여자친구와 다시 교제하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남편과 아이를 포기하라고 강요한다” 며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 청소년 상담 급증 등=18세 미만 청소년 상담건수가 전체의 26%에 달해 잠재적 레즈비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안전한 성관계 방법과 에이즈(AIDS)에 대한 우려 등에 관한 질문이 전체의 6%에 달했고, 커밍 아웃이나 대인관계 상담이 3%였다.
끼리끼리 관계자는 “그릇된 편견 때문에 동성애자들은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며 “ ‘변태’ ‘정신병자’ 등의 취급을 받는 성적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확산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