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브라질 빈곤 속 세계명품 동난다
경향신문 2004. 08. 11.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세계 최대의 빈민촌을 지나면 브라질판 ‘로데오 거리’인 자르딘스 구역과 만난다. 재규어, 카르티에 등 세계 유수의 명품들이 브라질 신흥 부유층의 두꺼운 지갑을 기다리는 곳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 남미의 경제대국 브라질이 명품회사들의 신천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컨설턴트회사 MCF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5%에 그친 반면 브라질 명품시장은 연평균 33%의 고속성장세를 보여왔다는 것. 스포츠카 회사 페라리는 내년도 브라질 판매실적이 4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고, 크리스티앙디오르 및 티파니 등은 2개 이상의 지점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빈곤 및 불평등 해결 노력은 빛이 바랜다. 노동자 출신이자 좌파인 그가 집권하며 부유층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4년 메릴린치 ‘세계 부 보고서’는 룰라 집권초 1년간 브라질의 고소득층이 8만 명, 약 6%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제는 0.2% 퇴보했다. 이들 신흥 부유층은 대부분 대기업 경영진 및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물론 명품시장의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1993년까지 브라질이 명품 수입을 금지한 이유도 있다. 해외여행을 통해 명품을 사던 상류층이 이제 국내에서 물건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보석상 티파니의 라우라 페드로소 브라질 총지배인은 “과거 뉴욕이나 파리에서 미친 듯 쇼핑하던 부유층들이 국내에서 매장을 찾고 있다” 고 전했다. 프란시스코 롱고 페라리 브라질 지사장은 “룰라의 집권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부유층은 개의하지 않았다” 고 전했다. 고소득층만 명품을 사는 것은 아니다. MCF의 카를로스 페레이리나 회장은 “신분상승을 꿈꾸는 중산층도 명품족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고 전했다. 여타 지역과 달리 브라질에 진출한 명품회사들은 ‘할부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짝퉁’ 명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브라질 사람들에게 명품은 먼 나라 얘기다. 최저임금을 받는 벽돌공이 월급 260 헤알(약 9만 원)을 모두 저축해 40개월을 모아야 카르티에 금시계 하나를 살 수 있다. 페라리 한대 가격이면 4인가족 7 가구가 20년 동안 먹고살기에 충분하다.
심리학자 조지 포브스는 “빈곤이 일상화된 브라질에서 남과 차별화되고 싶은 욕구가 명품에 대한 동경을 유발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