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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봉투 둘러싼 요지경 세상

 

조선일보 2004. 08. 11.

 

전문 신고꾼 대학생은 매장 직원 협박해 돈 뜯고    /    매장 직원은 과태료 피하려 담당공무원에 뇌물

 

백화점 등에서 손님들에게 1회용 비닐봉지를 무료로 주다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를 잡아내 신고한 사람에겐 포상금이 지급된다. 최근 이런 사정을 둘러싸고 전문 신고꾼, 백화점과 할인점 직원, 구청 직원 등이 서로 물고 물리는 요지경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전문적으로 신고 포상금을 타내는 이른바 봉파라치’(‘봉투파파라치의 합성어)로 활약해 오다 10일 인천경찰청 기동수사대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 씨는 수도권 일대 할인점과 백화점 등을 돌며 휴대폰카메라로 비닐봉지 무상제공 장면을 촬영, 각 구청으로부터 100여 차례에 걸쳐 300여 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받아왔다.

 

그는 업체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 시내 모 할인점에서 문제의 장면을 촬영한 뒤 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 할인점 담당자로부터 100만 원을 받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255만 원을 뜯어낸 것.

업체들로선 과태료(최대 300만 원)를 내는 것보다는 돈을 아낄 수 있고, 이 씨로서는 포상금(최대 30만 원) 보다 훨씬 큰돈을 벌 수 있었으니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거래였던 셈이다.

인천지역 할인점과 백화점 직원 2, 남동구청 공무원 임모(43)씨도 함께 불구속입건 됐다. 할인점과 백화점 직원들은 이 씨에게 비닐봉지 무상제공 장면이 적발돼 과태료를 물게 될 처지가 되자 담당공무원인 임 씨에게 접근, 세 차례에 걸쳐 모두 60만 원의 뇌물을 준 혐의이다.

 

봉파라치들은 올 초 1회 용품 신고 포상금제가 시행되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천 계양구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1회 용품 사용 신고는 모두 190. 지난 7월엔 23명이 각각 45건과 30건씩을 무더기로 신고했고, 지난 4월부터 접수를 시작한 남동구는 7명의 전문신고꾼이 67건씩 모두 45건을 신고했다.

남동구는 중복지급 불가규정을 들어 2건에 14만 원의 포상금만을 지급했으나, 39개 업소에는 총 4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