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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의존증는다

 

문화일보 2004. 07. 07

 

“먹고사는 게 힘들다 보니…”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의 고통을 술에 의지해 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실직자뿐 아니라 회사원, 교사, 공무원 등 안정된 직업을 가진 직장인과 여성들까지도 쪼들리는 가계와 업무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입에 대다 알코올 의존증’(Alcohol Dependence)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일산의 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 전문병원. 올해 3월 개원한 이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 가량은 직장인, 사업가 등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는 하루 10명 안팎. 총 병상 60개를 갖춘 이 병원에는 34명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입원해 있다. 4주간의 알코올 해독치료를 마치고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황철호(가명49)씨는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서 기계부품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부터 그는 거래처 접대로 거의 매일 술을 마시게 됐다. 특히 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뒤 계속되는 경영압박에 시달리며 고민을 술로 달랬다. 결국 소주 3병은 마셔야 잠이 들 정도가 되었다. 최근에는 기억력 감퇴, 손떨림 등 심신의 괴로움을 겪고 있고 사업운영도 엉망인 상태였다. 그는 거래처 사람들 만나고, 하루하루 부도위기를 넘길 때마다 술이 없으면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A은행에 근무하는 김성식(가명35)씨는 지난 2000년 금융계 구조 조정 때 많은 동료들이 직장을 떠난 이후 허탈감과 업무스트레스를 풀려고 술을 입에 댄 경우. 동료들과 술 한잔씩 마시기 시작했는데,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피로도 풀려 음주 횟수와 주량도 급격히 늘어갔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가정과 직장에서도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와 스스로 병원을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달 말 여름방학 기간에 입원을 예약해 놓은 고등학교 교사 박정 식(가명51). 그는 남들은 명예로운 직업이라고 부러워했지만, 사업으로 부를 이루거나 출세하는 고교동창을 보면서 정체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습관적으로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2병씩을 마셨다”라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 늘면서 최근에는 여 성 알코올의존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마친 9급 공무원 김정미(가명29)씨는 업무스트레스와 결혼 등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겹쳐 폭음을 자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부속 카프병원 최신정 원장은 최근 경제불안에다가 직장인들이 무한경쟁으로 인 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인 사람들도 음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3040대 직장인 환자가 늘고 있고, 특히 여성 알코올 의존 환자가 증가해 현재 입원환자의 25%에 달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