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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함부로 먹다간 보신은커녕 고충감염 위험

 

한겨레 2004. 06. 30.

 

흔히 기생충 하면 회충이나 요충을 떠올린다. 그만큼 예전에 흔했던 기생충들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하면 잘 생기는 질병도 달라져 현재는 많이 줄어들었다. 과거 19601970년대에 회충, 요충, 편충이 우세했다. 동물의 분변을 통해 감염되는 이런 기생충들이 기승을 부린 것은 비위생적인 조리 습관과 낮은 위생 수준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 등의 보고를 보면 가장 많은 기생충은 간폐흡충, 고충(스파르가눔)과 같은 조충이 많다. 이들은 주로 기생충에 감염된 생물을 날로 먹을 때 걸린다. 과거의 기생충들과는 달리 감염 증상도 심하고 후유증이 남기도 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폐해가 심한 것 중의 하나가 고충으로 현재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의 약 1015%를 차지하고 있다. 고충은 크기가 1020가량이며 주름이 있어 작은 뱀 모양을 하고 있다. 주로 뱀, 개구리, 조류 등을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 감염된다. 종종 산에서 이 기생충이 든 계곡 물을 마시고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고충은 몸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감염되면 장을 뚫고 몸의 어느 곳이나 이동할 수 있다. 주로 잘 발견이 되는 곳은 피부 밑 지방조직이다. 기생충이 지방조직에서 헤엄치고 다니기 때문에 겉에서 보면 작은 혹 같은 것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왼쪽 사진은 고충이 있는 환자의 피부 초음파 사진으로, 꼬불꼬불한 기생충이 피부 밑 지방조직에서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충이 뇌 조직으로 이동한 경우인데, 고충이 뇌 조직을 헤집고 다니기 때문에 경련, 사지마비 등 심각한 증상을 불러올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고충이 뇌 조직에 들어간 것을 자기 공명영상 촬영한 것이다. 고충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다 있지만, 세계적으로 감염되는 사례의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력에 좋다면 뱀, 개구리 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는 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종종 상수원 관리의 허점으로 대량 감염되기도 한다. 기생충 퇴치는 상수원 관리 등과 같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국가적 사업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될 만한 것을 피하고, 개인위생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