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병
궤양성 위장병 ․ 속이 부글부글 ․ 胃는 골병
국민일보 2004. 04. 27.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들이 식사를 거부할 때,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 “속이 뒤집혀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아가 “신경을 썼더니 속이 거북하다” 거나 “위염이 있는데, 신경 썼더니 재발하는 것 같아”라고 구체적으로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체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이들 가운데 실제 위염이나 위궤양 등 ‘궤양성 위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흔하다. 지난 98년 즈음 ‘IMF 위장병’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크게 유행했다. 경제난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위염이나 위궤양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생긴 말이다. 최근에는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젊은 층 위장병 환자들도 늘고 있다. ‘취업 위장병’ 이란 말이 유행할 법한 현실이다.
서구에서 위염은 성인의 50% 정도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아 성인 10명 중 5~6명이 위염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서울 아산병원의 위내시경 사례 분석에서는 남자의 76.4%, 여자의 60.5%에서 위염이 발견돼 10명 중 7명꼴이었다(또 남자의 5.2%, 여자의 1.7%에서 위궤양 증상을 보였다). 남자에서 이처럼 위장병이 더 많은 것은 사회 활동이 더 많아 스트레스에 노출될 기회도 더 많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 스트레스, 헬리코박터균 위벽 손상 주범
인체는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위액은 과다하게 분비되고, 위 보호 물질인 ‘뮤신’이나 ‘중탄산염’ 등의 분비는 떨어진다. 때문에 위 점막이 얇아지면서 위액에 의해 녹아내린다. 위 점막 여기저기에 염증이 생겨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도 큰 문제다. 궤양성 위장병을 일으키는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히는 이 균은 전 세계 인구의 50%가 보균자이며, 우리나라는 이보다 많은 70~80% 인구가 감염돼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일차적으로 각종 독성물질을 분비해 위벽 여기저기에 손상을 일으킨다. 또 위벽에 면역 반응을 유도, 위산을 지나치게 많이 분비시킴으로써 궤양성 질환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 자주 속 쓰리고 명치끝 아프면 ‘의심’
위벽은 안에서부터 점막층-점막하층-근육층-장막층의 4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으로 점막층에만 염증이 생긴 것이 위염, 점막하층까지 파인 것을 위궤양이라 부른다.
흔히 위궤양은 위암으로 발전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위궤양과 위암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오히려 생명에의 위협을 놓고 보자면 위궤양보다 위염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위염은 급성의 경우,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 약물 부작용 등에 의해 발생한다. 구토와 속 쓰림이 동반되는 명치끝 통증이 대표적 증상. 안정을 취하면 낫지만 드물게는 위장 출혈이 심해 사망 직전에 이르기도 한다.
만성 위염은 헬리코박터균이 주범이다. 만성 위염 중에서도 나이가 들면서 위가 점점 축소되는 ‘위축성 위염’ 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평생 안고 살다가 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궤양은 위염이 악화돼 생기기도 하지만, 역시 헬리코박터균이 주범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트레스나 흡연, 약물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증상은 위염과 비슷하다. 인천 힘찬병원 소화기내과 이성광 부원장은 “위궤양은 특히 공복 때 명치가 더 아픈 특징이 있다” 면서 “음식이나 제산제를 먹으면 금세 가라앉기도 해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