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한국의 맛, 세계 누빈다
메트로신문 2004. 03. 27.
김치덮밥 유럽 사로잡아… 장류 미국, 만두 러시아 ‘짱’
수입 농산물 홍수 속 지난해 수출 31억 달러 희망 키워
우리 땅에서 우리 농부들의 손으로 생산한 먹거리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단감이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러시아에선 전통 만두가 ‘인기짱’이다. 지구 건너편 남미에서 우리 인삼이 강장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식품 수입국으로만 알려진 우리 먹거리가 이렇듯 세계인들의 식탁을 ‘점령’ 한 것은 농수산물유통공사(사장 김진배)를 비롯해 우리 식품업체들의 치밀한 시장 공략 덕분.
특히 그동안 세계적인 농수산물박람회에 230여 회 이상을 참가, 우리의 먹거리를 꾸준히 홍보한 영향이 크다.
우선 입이 고급으로 소문난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우리 전통의 김치덮밥이 인기이다. 유럽인들이 카레덮밥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우리 주식인 밥을 개발, 꾸준한 판촉전을 펼친 끝에 얻어낸 성과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햄버거, 일본이 초밥이라면 한국은 덮밥이라고 현지에서 통할 정도.
실제 식품업체 ‘우리 음식이야기’는 지난해 6월부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7개국에 김치덮밥, 해물덮밥 등을 수출하기 시작해 물량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음식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운해하는 홍콩, 싱가포르 사람들은 과일 중에 우리의 단감을 최고로 친다. 이 지역은 기후 탓으로 감이 생산되지 않아 아싹아싹한 우리의 단감이 별미다. 2003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에 수출한 액수만도 40만 4천 달러 규모.
러시아에선 우리의 간장과 만두가 인기 품목이다. 러시아인들은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어 소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우리의 간장을 즐겨 찾는다. 우리의 만두는 피가 얇고 특유의 맛과 향이 좋아 러시아인들이 좋아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모스크바 식품박람회에서 열린 만두 시식회에는 러시아 바이어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등 진풍경을 연출했다는 전언이다.
미국에서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우리의 장류가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냄새 때문에 기피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쉽지만 꾸준한 ‘입맛 공략’으로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유통공사 측의 설명이다.
예컨대 농림부와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3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한 ‘고추장 소스 Hot&Joy’가 좋은 예. 순창 전통 고추장에 토마토, 마늘, 양파, 허브 등을 첨가해 새로운 개념의 소스로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에서는 홍삼 및 백삼 등 인삼류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고려 인삼은 남성들에게 최고의 강장제로 통한다. 박람회에 참가, 현지 방문객들에게 나누어주는 현장 시식용 샘플을 잘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 밤에 애용할 정도.
지난해 우리 농수산물 수출액은 31억 달러.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있지만 농수산물 수입에 대한 우려 속에서 얻어낸 의미 있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우리 식품의 수출, 세계화는 단순한 금액 이상의 문화적 의미가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조해영 박람회사업팀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