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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4세의 와인세대를 다시 본다
동아일보 2004. 02. 01
‘인고(忍苦)의 세월을 지나 한층 숙성(熟成)된 과정을 거친 4564세대. 그들이 사회변화의 충격을 딛고 일어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386세대와 65세 이상 실버세대의 중간에 위치한 45~64세의 기성세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시대의 어른으로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왔지만 최근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서 소외된 것처럼 보이는 그들은 분명 변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전국의 45~64세 남녀 1200명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분석과정을 거친 뒤 이들을 ‘와인(WINE. Well Integrated New Elder) 세대’로 규정했다.
▽ 와인세대가 걸어온 길 =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이지만 40~50대에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 후 ‘참여(Participation)와 열정(Passion)’ 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P세대에도 밀리고 있다. 또 정보통신(IT) 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디지털화, 글로벌화의 충격을 겪으며 퇴직압박을 받고 있지만 평균수명은 길어져 퇴직 후 2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한다.
P세대와는 반대로 와인세대는 사회와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이제까지 돌보지 않았던 ‘나만의 삶’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률이 31.2%(하루평균 90분 사용)나 되고 휴대전화를 필수품으로 생각할 만큼 디지털과의 친밀도가 높아졌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건강(49.2%), 가족(30.1%), 돈(10.6%)을 꼽았다.
▽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 = 와인세대는 남편보다 아내의 입김이 더 세며, 자식에 의존하지 않고 부부끼리 스포츠레저 활동을 즐긴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324만 원, 개인 용돈은 월 30만 원 수준이다. 경제적인 자립도가 높은데도 기업 광고예산의 95%는 젊은 층에게 몰려있어 마케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제일기획은 이들을 사로잡을 마케팅 키워드로 W․I․S․E․R를 제시했다.
△W(Woman)=소비 의사결정의 주체인 여성을 공략하라
△I(Itself)=포장과 이미지보다 기본과 실체를 중시하라
△S(Safety)=가상적인 기대감보다는 확신을 줘라
△E(Evergreen)=노인대접을 하지 말고 영원한 젊음을 이야기하라
△R(Relationship)=기계와 신속함보다는 사람과 편안함을 강조하라 등.
제일기획 유정근 수석은 “이 세대를 완고한 세대, 또는 한물간 세대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와인처럼 은은한 빛깔과 향기를 풍기는 세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