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탈북자 지원 최영훈 씨 중국서 수감 중 가족에 편지
동아일보 2004. 01. 26
지난해 1월 중국 산둥(山東) 성 옌타이(煙臺)항에서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을 도우려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석재현 씨(34)와 함께 중국 공안에 체포된 최영훈 씨(41)가 최근 성경책을 오려 만든 편지를 가족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중국에서 중장비업을 하다 탈북자를 돕는 일에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최 씨는 지인이 교도소로 보내준 성경책에서 지난해 11월 13일부터 하루 8시간씩 17일간 필요한 글자를 오려내 B5 복사용지 크기 2장의 편지를 만들었다.
그는 이달 초 국내에 거주하는 부인 김봉순 씨(37)에게 전달한 이 편지에서 “아버지가 없는 동안 내 딸 선희(10) 수지(15)는 너희 어머니를 매일 기쁘게 하는,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고 두 딸에게 당부했다.
부인 김 씨는 “딸들과 함께 남편이 성경책을 오려 붙여 보낸 편지를 수시로 꺼내보며 슬픔을 달랜다” 며 “정부가 남편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해 달라” 고 요청했다.
최 씨의 딸 선희 양은 탈북자 지원단체인 두리하나 선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durihan.com)에 아버지의 구명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글을 띄웠다. 선희 양은 이 글에서 “남들은 온 가족이 모여서 명절을 지냅니다. 그런데 저희 집은 온 가족이 아니고, 저희 아빠께서 계시지 않아 너무나도 허전하고, 아빠의 빈자리가 큰 것 같습니다. 따뜻한 밥을 먹고 따뜻한 방에서 지내고 있는 저는 아빠께 죄송할 뿐입니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선희 양은 “가족 없이 딱딱하고 추운 감옥에서 명절을 보낼 아빠를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아빠의 건강과 하루빨리 석방이 되어 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