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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번지는 이혼亡國病

 

국민일보 2004. 01. 29

 

아내가 게을러서’ ‘남편이 마마보이여서’ ‘시부모가 구박해서’ ‘아내가 인터넷 중독자여서등등.

 

최근 이혼하려고 가정법원을 찾는 부부들의 사유들이다.

예전에는 헤어질 정도의 심각하지 않은 사유로 이혼하는 부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 마디로 툭하면 이혼하는 세태가 됐다. 더욱이 물질만능시대가 되면서 경제적 이유로 인한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이모(48)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직원 10명을 두고 한 달 평균 1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던 중소기업 대표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부도가 나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아내는 못살겠다고 이혼을 요구했고 대학에 다니던 아들도 가출해 가정이 붕괴됐다.

 

우리나라 가정의 위기는 가파른 이혼율 상승을 통해 한눈에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이 1990년에 1.1건이었으나 2002년에는 3.0건으로 늘었다.

12년만에 3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수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1000명당 2.5건으로 껑충 뛰었고, 중산층의 붕괴와 실업 등으로 이후에도 계속 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부모 등의 사망에 의한 가정해체는 전체 가정해체 사례 중 198574.6%에서 200057.6%로 감소한 반면 이혼에 의한 가정해체는 19858.4%에서 28.2%로 무려 2.4배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여성개발연구원 조사에서 2030대 남녀 중 40% 정도가 부부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혼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혼에 매우 관대해진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혼 급증으로 대표되는 가정의 위기는 방치할 수준을 이미 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모의 이혼은 자녀의 가출과 유기, 가정내 폭력으로 이어져 사회와 공동체의 기반을 뒤흔든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보장체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가족해체는 국가재정지출 급증으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 범죄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급증 등 큰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