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한 지붕 두 종교

 

중앙일보 2004. 01. 13

 

유대교회․ 이슬람학교 한 건물서 ‘오순도순’

 

미국 필라델피아시 오버브룩공원의 한 유대 교회당. ‘베스 필라’라는 이름의 이 교회당은 최근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손님은 교실로 사용할 건물을 빌리려는 니키타 쇼츠 아마드 이슬람학교 교장(여)이었다. 그녀는 “임대광고를 낸 곳이 유대 교회당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한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이슬람 학교가 유대 교회당 안에 자리 잡게 됐다.

유대교와 이슬람처럼 ‘원수같이 반목하는 종교’가 한 건물에 동거하는 역사는 이처럼 단순한 임차관계에서 시작됐다고 AP통신은 12일 보도했다.

 

종교의 독립성은 철저히 유지된다. 유대교회당 측은 이슬람 학교의 교과과정이나 종교 활동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전통 이슬람 복장을 하거나 기도의식을 갖는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 교회당의 랍비 로버트 루빈은 “무장하고 싸우는 것이 이슬람 교도의 전형이라는 선입관을 버리라”고 유대인들에게 권하고 있다. 아마드 교장도 “소문이나 뉴스에서 본 것만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화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