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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삶을 즐기자유럽 다운시프트확산

 

국민일보 2004. 01. 07

 

요즘 유럽에는 금전 수입과 사회적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삶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른바 다운시프트(downshift)족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이들의 소망은 삶의 속도를 늦추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전적 정의는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이지만 속도를 우선하는 삶에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2002년 한 해에만 190만 명이 스트레스를 피해 직장이나 집을 옮겼다. 또 1200만 명이 급여 삭감을 받아들이고 근로 시간을 줄였다. 다운시프트족은 지난 6년간 30% 이상 증가했고 2007년엔 1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유럽에서 일벌레로 소문난 영국인들의 다운시프트가 가장 활발하다. 올해 삶의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영국인은 지난해보다 20만 명가량 늘어난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이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절반에 달하고 업무 부담 때문에 제대로 성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비율도 20%에 달하는 사회 환경 때문인 듯하다.

 

집값 상승, 교육비 부담, 연금 위기 등도 다운시프트족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증권금융업이나 법조계, IT(정보통신) 종사자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전문직 종사자로서 가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자기만족적 삶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30,40대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기꺼이 고소득과 연금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재택근무나 자영업을 택한다. 50세 이전에 은행 대출금을 서둘러 갚고 가족, 친구들과 남는 시간을 소박하지만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 소망이다. 일부는 아예 주거지를 도시 외곽이나 화려한 삶과는 거리가 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영국 웨일스 지방, 남프랑스, 캐나다 등의 전원으로 옮긴다.

데이터모니터는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질수록 다운시프트의 유혹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