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강력반 형사 밤에는 윤락업소 주인
한겨레신문 1999. 3. 30.
서울 용산경찰서 강력반 김 아무개(37) 경장은 마티즈 승용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강도나 조직폭력 등 굵직한 사건을 다루다 틈틈이 용산역 앞 홍등가를 찾는다. 용산구 한강로 2가 371번지. ㅍ여인숙이라는 간판이 지붕 위에 걸려 있다. 대형 유리창 안에서 여자들이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한다. 김 경장이 찾는 곳은 바로 이 윤락업소다. 이 여인숙의 실질적인 주인은 김 경장의 부인인 김 아무개(30)씨. 사업자등록은 김 경장의 장모(58) 이름으로 돼있지만, 부인 김 씨가 이곳에서 살다시피 하며 ‘일하는 여자’들을 관리하고 수입과 지출을 도맡는다. 김 경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경찰서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곳에 들러 점심을 먹거나 낮잠을 자곤 한다. 이 업소에서 일했던 ㄱ씨는 “김 경장은 우리한테 ‘일을 열심히 하라’고 자주 얘기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 경장 가족은 용산 사창가에서 업소 2곳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올리는 수입은 웬만한 중소기업을 뺨친다. 업소 2곳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많을 때는 7명이고, 적을 때는 4명. 이 업소에 일하다 최근 나온 ㄴ씨는 “한 명이 한 달에 최소한 1200만~1700만 원 정도를 벌어들인다”라고 말했다. 한해 줄잡아 10억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하지만 이 업소는 일 년 매출액이 4800만 원에 못 미치는 과세특례자로 신고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확인 됐다. 김 경장은 경찰관 수입으로 어울리지 않는 생활을 했다고 이 업소에서 일했던 여자들은 전했다. ㄴ씨는 “김 경장은 출퇴근 때는 마티즈 승용차를 이용했으나, 스키를 타러 가는 등 가족들과 놀러 갈 때는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김 경장은 부인 이름으로 그랜저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ㄴ씨는 또 “부인 김 씨는 업소 종업원들의 회식 비용도 나눠 지출하도록 하면서, 자식을 위해서는 100만 원이나 하는 강아지를 선뜻 사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 경장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소는 용산 사창가의 다른 업소에 비해 ‘야박하게’ 수입을 분배했다고 최근 이 업소에서 일했던 ㄷ씨는 말했다. 다른 업소는 ‘택시 사납금’처럼 3~4명의 ‘기본’ 손님을 채우고 나면 월말에 모든 수입을 절반씩 나누고 이 가운데 60만 원만 방값으로 주면 된다. 그러나 김 경장 가족의 업소는 ‘기본’을 6명으로 늘리고 방값에다 수도세 전기세 등 세금을 비롯해 일상용품 비용까지 계산해 받았다는 것이다. ㄷ씨는 “이런 분배방식 때문에 빚을 지고 도망친 여자가 올해에만 3명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경장은 “업소운영에 관여하거나 업소 주인인 장모한테 용돈 한 푼 받은 적이 없다”며 “그러나 경찰관으로 불법인 매매춘 업소와 어떤 형태라도 관계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아내와 이혼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자체 감찰반을 보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